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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절리에 청산거사
하수선한때 인지라 오늘 한잔술에 청산거사 모처럼 길을 떠나 보는데 휘적휘적 걷는 모습이 예사롭지가 않다 술기운탓일까 ... 가는곳 어디멘가....어디인들 어떠랴만은 마음따로 몸따로 가는길은 아닌듯한데 어찌됐든지 나서나봄세. 하여 길을 나서보나 웬지 허전함은 홀로 떠나는길이기에 오는 외로움일것이리라 허나 하얀 달빛이 어깨에 매달려 앞서 길을 재촉하니 이내 허전함 하얀 눈길위로 뚝뚝 떨어지는 소리에 마음 달래지기에 더 미련없이 길 재촉 하니 벌써 여기는 구절리행 기찻길위가 아닌가. 구비구비 돌아가는길에 하수선한 소리를 밷어내기에 눈을감고 들어보니 그소리 구절리구절리 함은 혼자만이 아닌 눈감고 듣는자 모두가 그러하리라. 기적소리 자주인듯하여 눈부비고 허리 세워보니 벌써 이곳 정선 구절리 아닌가. 서둘러 내려 심호흡 하니 하얀 입김이 금새 얼어버린듯 흩어지지 못하고 머리위를 맴돌다 이내 달빛과 함께 저만치 뚝 하고 떨어진다 온갓것들이 하얗게 소복하고 떠난님 그리워 하며 통곡 하는 여인네 같이 그자리 그렇게 엎어져있다./ 쌓인눈 소리내어 밣으며 급히 걸음 걸어보지만 마음따로 몸따로 걷는 모습이 서울서 떠날때와는 다른 모습이니 분명 강원도 눈때문인것은 틀림없으리라. 어깨애 걸터있던 서울의 달빛은 벌써 노추산에 걸터앉아 가는길 마다마다 조심스레 내손을 이끄는데.... 나를 반기는 기척이 있어 가던걸음 멈추고 서니 주인장은 어디갔고 인사 건네기 곤란한 복실이가 주인장을 대신한단 말인가. 허나 네가 나를 아는데 난들 너를 모르겠느냐 벗인들 못되겠가. 네가 나를 이렇게 반겨줄수 있슴은 작년 여름을 별고 없이 잘지나게 배려 해준 너의 주인장 덕인것을 아무리 미천한 너이지만 어찌그것을 모르려만은 내마음이 그리 가볍지가 않음은 너의 주인장 주위에는 항상 너를 사랑만 하는 객들만 있는것이 아니기에 너를 보는 내마음이 조심스러워짐은 네 잘못만은 아닌듯하다 그래 주인장은 어디로 마실를 가고 너만 이렇게 암냄새 맡은 숫놈 같이 앞뒤 안가리고 매달리뇨. 하기사 암놈인 네가 암냄새가 무엇인지 알길이 없지만 말이다.... 걱정되어 서둘러 뜰에 오르니 그제사 주인장 버선발은 아니지만 건너는 문지방이 뭐 그리 급한고.... 이렇게 보고 저렇게 서로 얼굴 보니 나좋고 너 좋아 벌써 앞뜰에는 숯불 삼겹살구이에 구절리 막걸리 준비가 바쁘다. 오가는 술잔마다마다 넘쳐나는 정이 흐르니 청산거사 한잔술에 취함은 어쩔수가 없네.... 취흥은 도도하여 밤깊은 줄모르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우리에 이야기는 이어져만가는데 이내 아쉬움을 더하게함은 스러져가는 숯불과 숨어 버린 달빛탓인것을......... 하여 모두 천정향해 누워보니 상하이에 두고온 밤이 아른거려 돌아누워 밤새 뒤척이다 깨워보니 벌써 서울이 아닌가 언제 노추산에는 오르겠노....... 청산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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